강원도 창업자 실종 사건
지난 5년간 222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으나, 강원도 신생 기업의 생존율은 전국 최하위권을 맴돈다. 사라진 창업자와 소멸된 기업들. 본 수사 보고서는 그 원인을 추적한다.
사건 개요
2020년, 이서연 대표는 강원도에서 주관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창의 융합 인재 창업 교육' 프로그램의 우수 수료자였다. 이 대표는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 관리, 운영하는 기술인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분야에 특화된 커뮤니티 기반 AI 서비스 플랫폼인 CloundBro AI를 운영하고 있는 공동 창업자이다. 그녀는 2020년에 강원대학교에 재학하면서 강원대와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가 공동으로 시행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창의 융합 인재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강원도’가 아닌 ‘서울’에서 창업 기업을 운영 중이다.
왜 이서연 대표는 강원도에서 창업 프로그램을 들었지만 타 지역에서 창업을 시작한 것일까? 강원도에서 창업 지원을 별로 안 해준 것이 아닐까?
아니다. 강원도에서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원도 측에 의하면 창업 증진을 위해서 근 5년간 약 222억 1천만 원을 창업 사업비로 쏟아 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2025년에는 약 61억 원을 편성해서 기업의 초·도약기에 자금 지원 및 멘토링을 제공하는 ‘G-스타트업초기 창업 지원 사업’, ‘G-스타트업 창업 도약 지원 사업’등의 창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강원도에서 계속해서 창업자가 실종하고 있는 것일까?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본 수사는 사건 증거들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해당 사건은 단순히 실패된 것이 아닌, 이유가 분명한 ‘예견된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증거자료 분석
EVIDENCE #01: 낮은 생존율
증거에서 가리키는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도내 신생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33.5%로 전국 16위였고, 정부 지원을 받은 우수 기업의 생존율마저 전국 평균을 밑돈다. 이는 창업 지원 시스템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강원도 창업 기업 주요 지표 (2023-2024)
| 주요 지표 | 수치 및 전국 순위 |
|---|---|
| 도내 신생기업 5년차 생존율 | 33.5%(전국 17개 시·도 중 16위) |
| 정부 지원기업 5년차 생존율 | 62.9%(전국 평균 68.1%·전국 13위) |
| 지원기업 평균 일자리 창출 | 5.49명(전국 17위) |
출처: 통계청 '2023 기업생멸행정통계', 창업진흥원 ‘2024년 창업지원기업 이력·성과 조사’
EVIDENCE #02: 투자와 성과의 불일치
연도별 창업 예산 추이
| 연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025년 |
|---|---|---|---|---|---|
| 예산액 | 24.4억원 | 38.4억원 | 46.3억원 | 52.0억원 | 61.0억원 |
강원도의 창업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년 후 신생 기업 생존율 (33.4%)
하지만 신생 창업기업 3곳 중 2곳은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다.
출처: 통계청 '2023 기업생멸행정통계'
TESTIMONY #02: 목격자 진술
목격자 1: 전창대 대표
㈜ 더픽트 대표TESTIMONY #01-A: 주거 연계 정책 부족
사건의 목격자 전창대 대표는 주거 연계 정책을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전 대표는 “지방 창업자들은 수도권에 비해 기회가 적은 환경에서 경쟁을 하는데 주거 부담까지 안게 되는 것은 지방 창업자들의 정착을 저해한다”고 증언했다. 또한 “춘천 육림고개 프로젝트처럼 단순히 상업공간을 조성하는게 아니라 1층 상가, 2~3층 주거공간으로 결합된 주거단지가 조성된다면 창업자들 간의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고 하며 주거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실제로 전 대표가 운영하는 [더픽트]에서는 강원도로 이주하는 임직원들을 위해서 주택 계약시 일부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사내 복지 제도를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 절반이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이주하는 등 주거복지는 인구 유입에도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살 곳이 없는데, 어떻게 일할 수 있나요.” 주거연계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TESTIMONY #01-B: 중앙의존적 정책의 한계점
목격자 전창대 대표는 “도내에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강원테크노파크와 같이 좋은 지역기관모델이 존재하지만 한정된 지방비 안에서 중앙정부 창업과제를 수주해야만 지역기업을 도울 수 있다”며 “중앙의존적인 성격의 정책은 단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유지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목격자 2: 김지우 대표
㈜ 더루트컴퍼니 대표TESTIMONY #02-A: 분절적인 정보
강릉에서 감자를 테마로 창업을 운영하는 김지우 대표는 자신의 창업 초기 때 분절적인 정보 때문에 창업 정보 습득이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도내 부서들이 분절적인 사업 운영을 해, 정보가 단편적이고 중복되는 문제가 있다”며 “‘예비 창업-실험-정착-확장-투자 유치’와 같은 단계형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창업을 시작할 때 어디서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는 고립감이 가장 큰 고충이었어요.”
TESTIMONY #02-B: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창업 문화
김 대표는 "실패해도 배움이 있다는 철학이 실제로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단기성과 위주의 사업 구조가 창업가들의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실패에서도 배울 수 있도록 실패 이후 재시도의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마련되야 합니다.”
TESTIMONY #03: 강원도를 떠난 이서연 대표의 목소리
이서연 대표
CloundBro AI 공동 창업자TESTIMONY #03-A: 교통, 주거의 부담
이서연 대표는 강원도에서 창업 교육을 받았지만 타 지역에 본가가 있는 입장에서 교통, 주거의 부담을 느끼면서 굳이 강원도에서 창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TESTIMONY #03-B: 단기적 성격의 정책으로 인한 잘못된 창업 환경
이서연 대표는 "창업 교육을 듣는 시기가 코로나 시기 특성도 무시를 못하지만 당시 처음 시행했던 교육이다 보니 교육의 짜임새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서 우수 수료자까지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받거나 지원을 해주는 특전이 없어서 뚝 끊긴 기분이었다."고 후속 투자·지원의 미흡함을 아쉬워했다. 그러다보니 단발적인 프로그램의 성격 때문에 단순히 창업 지원 자금을 목적으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단순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 듣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고 기억했다.
사건해결 분석
RESOLUTION ANALYSIS #01
본 수사관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발상의 전환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강원도에서 창업을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이번 수사의 해결을 위해서 앞서 목격자 두 대표의 성공 스토리를 조사해봤다.
전창대 대표 [더픽트]
“제 성공 비결은 사람, 그리고 팀워크였어요.”
“창업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과 팀워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함께할 수 있는 팀이 강원도에 있었고, 기술이 지역을 확장시킨다는 믿음이 창업을 가능하게 했죠.” 전창대 대표는 VR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줘서 시장에 큰 반응을 이끌어내는 ‘킬러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꾸준히 콘텐츠 연구를 이어왔다. 그는 “시장성이 명확한 아이템 없이 정부 지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보조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초기비용이 적게 드는 콘텐츠 산업은 오히려 지방이 유리합니다.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것도 저희 경쟁력이죠.”라고 말하며 지방 창업에 대한 확신을 견고히 했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대표는 “과거 창업동아리를 접고 6개월간 재정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실패도 자산입니다.” 그는 오늘날을 ‘청년 창업의 최적기’로 보고 있으며, “확실한 아이템과 홍보력만 있다면 누구든 도전해볼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지우 대표[더루트컴퍼니]
“감자에 답이 있었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회를 찾았습니다.”
“감자는 강원도 대표 작물이지만, 활용도는 낮았습니다. 저는 그 틈에서 기회를 봤어요.” 김지우 대표는 ‘감자 밸류체인 매니지먼트’라는 독창적인 모델을 통해 강원도 감자의 육종, 유통, 가공, 공간 운영까지 아우르는 창업을 실현했다. 김대표는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닌 지역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못난이 감자 업사이클링, 감자 종자 컨설팅 등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 자원이 곧 콘텐츠”라며, 지역성과 브랜드 경험을 결합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전 충분한 현장 경험의 중요성도 언급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현장에서 부딪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정부 지원 사업에서 만난 네트워크와 협업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고 밝히며, “혼자 꾸리는 창업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방은 인구는 적지만 관광객 등 외부 유입이 많아 오히려 기회가 있으며, 지역과 상생하는 창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RESOLUTION ANALYSIS #02
본 수사관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생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른 지역에서 창업 지원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타 지역 조사를 해보며 강원도에서 놓쳤던 창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인기만점 ‘판교 제2테크노벨리 창업지원 주택’
경기도 판교에서는 제2테크노벨리 창업지원 주택사업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 공간 근처 주거 단지를 지원하며 생태계를 조성했다. 해당 사업은 오피스텔 81호가 100% 입주완료, 주택 역시 90%인 200호 중 180호가 완료되는 등 높은 입주율을 보여주며 주거연계정책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는 창업과 연계해 주거를 지원하는 정책이 부재하다.
정보 통합한 ‘서울 청년몽땅포털’
창업 정보 수집이 어려웠던 김 대표의 경험. 분절적인 창업 정보 시스템에 대한 해답은 서울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창업 정책의 연속성과 통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 정보 통합 플랫폼 ‘청년몽땅포털’을 시에서 직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2000개의 정책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지난해 가입을 위해 정보 수신에 동의한 이용자 수는 2만7,000명에 달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부산U창업패키지’
마음껏 실패하며 창업 발전을 해나갈 수 있는 배경이 조성되어 줄 수 있도록 한 사례는 부산시 부산유(U)창업패키지가 있다. 부산시는 전담 부서인 창업벤처담당관이 14곳의 지역대학과 연계해 ‘아이디어 발굴-실전창업-성장-재도전’까지를 7단계의 단계별 중장기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창업 기업 수, 기업 매출 모두 상승(5년간 누적 매출액 1,400억 원, 고용 창출 1,100여 명, 투자 유치 120억 원의 성과를 기록했으며 지원기업의 3년 생존율이 85.4%로 일반 기업의 약 2배에 달한다.)하며 성과를 거뒀다.
최종결론
본 사건의 범인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이 아니다. '부족한 주거 연계 문제', '분절적 정보', '단계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정책의 부재'라는 여러 문제가 결합하여 발생한 ‘지속가능하지 못한 창업 생태계 환경의 문제’이다. 그래서 수많은 예비 창업가들이 강원도에서 '시작'하지만, '생존'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창업 환승역'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목격자로서 증언한 전창대 대표와 김지우 대표의 증언은 일관되게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창업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생존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창업가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22억 원의 투자가 남긴 교훈을 되새기며, '창업 환승역'이 아닌 '창업 종착역'이 되기 위한 강원도의 노력이 필요하다.